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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전 | Not, Yet, Gone
    (2026, FIM, 서울) 전시 서문

   




Not, Yet, Gone

2026년 7월 3일(금) ~ 8월 8일(토)
7. JUL. 2026 - 8. AUG. 2026


· 기획 및 서문 : FIM


핌은 2026년 7월 3일부터 8월 8일까지 90년대생 회화 작가 3인이 참여하는 단체전 《Not, Yet, Gone》을 선보인다. 국내 작가 소범수(b.1997), 이선안(b.1996), 김경은(b.1994)이 참여하며, 회화 작품 20여 점이 전시된다. 본 전시는 빠르게 변화하며 수많은 정보와 이미지가 우리를 스쳐 지나가는 현시대가 주는 불확실성과 불투명성의 감각에서 출발하지만, 그것을 단순히 부정적이거나 결핍된 상태로 바라보지 않는다. 오히려 명확히 붙잡을 수 없는 장면과 감정들 곁에 머무르며 그것들을 천천히 더듬어가는 과정에 주목한다. 특히 이번 전시는 앞으로 나아가는 움직임 그 자체보다도, 다시 걸어가기 위해 잠시 멈춰 서는 시간과 태도를 깊이 있게 조명한다.

잠시 멈춰 선 순간, 우리는 가장 먼저 주변의 풍경을 바라보게 된다. 소범수는 숲과 계곡, 바위와 새, 양과 같은 존재들을 화면에 불러내며 익숙한 자연을 낯선 감각의 공간으로 전환시킨다. 작가의 풍경은 특정한 서사나 의미를 적극적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전설과 문학, SF 소설에서 건너온 존재들이 현실의 풍경 속에 조용히 스며들며 익숙한 장면에 작은 균열을 만든다. 작가는 현실과 상상, 기억과 이야기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하기보다 그 사이를 유영하는 순간들에 집중한다. 화면 곳곳에 남겨진 여백과 유예된 서사는 의미를 확정하기보다 관람자가 천천히 작업을 응시하고, 그 앞에 자신만의 기억과 감정을 더듬으며 체류하도록 이끈다.

그러나 모든 풍경이 또렷하게 기억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장면들은 시간이 흐른 뒤에야 희미한 감각의 형태로 되돌아온다. 이선안의 작업은 결혼식 장면과 멀리 바라보는 시선처럼 분명 존재했던 순간들을 담고 있지만, 그것을 선명한 기록으로 남겨두지 않는다. 화면 속 장면들은 흐릿한 잔상처럼 머무르며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완전히 도달할 수 없는 거리감을 유지한 채 존재한다. 작가는 특정한 사건보다 그것이 기억 속에서 어떻게 변형되고 남겨지는지에 주목하며, 우리가 세계를 바라보고 기억하는 방식과 끝내 온전히 소유할 수 없는 순간들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이러한 작가의 작품 앞에서 관람자는 자신이 지나온 시간과 기억을 환기하게 된다.

기억이 흐려질수록 현실과 상상의 경계 또한 선명함을 잃어간다. 김경은의 작업에 등장하는 일상적 사물과 이미지는 낯선 방식으로 배열되고 변형되어 우리가 현실이라고 믿는 것의 기반을 흔든다. 언어를 통해 생성된 서사와 익명의 이미지들은 회화 안에서 실재감을 획득한다. 이제 화면 속 대상들은 분명 익숙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실제 기억의 잔해인지 혹은 존재하지 않았던 이야기의 흔적인지 쉽게 단정할 수 없다. 이렇게 만들어진 장면들은 익숙함과 낯섦, 사실과 상상이 뒤섞인 채 관람자의 인식에 분열을 일으킨다. 이를 통해 우리는 자신이 현실이라고 믿어왔던 것들이 얼마나 유동적이고 불완전한 기반 위에 놓여 있는지 새삼 마주하게 된다.

세 작가의 작업은 서로 다른 곳에서 출발하지만 하나의 공통된 태도를 공유한다. 그것은 완전히 이해하거나 설명할 수 없는 세계 앞에서 섣불리 결론을 내리지 않는 태도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더듬고, 사라진 것을 기억하며, 선명하지 않은 풍경 곁에 잠시 머무르는 일. 이들의 회화는 불확실성을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기보다 그 안에서 자신만의 감각을 발견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작품 속 풍경과 기억, 허구와 현실은 끊임없이 흔들리고 미끄러지며 명확한 의미를 유예하지만, 바로 그 틈에서 관람자는 자신만의 속도로 세계를 다시 느끼게 된다.

어쩌면 우리는 언제나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다시 걸어갈 준비를 하기 위해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길을 잃고 멈춰 선 순간에도 자신의 위치를 가늠하고, 세계와의 관계를 재정의하며, 천천히 다음 걸음을 준비하는 일. 《Not, Yet, Gone》은 그 조용하고도 사적인 시간에 관한 기록이자, 불확실한 세계를 견디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태도에 관한 이야기이다.




자세한 전시 내용은 FIM 공식 웹사이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FIM. (n.d.). Not, Yet, Gone. Retrieved from https://www.galleryfim.com/exhibitions/20-not-yet-gone-beomsoo-so-sonahn-lee-gyeongeun-kim/ov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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